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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앞에 겸손하기

세번째-지름길을 선택하는 것에 대하여-

by souljm 2012. 11. 30.

(지름길을 선택하는 것에 대하여)

 

어릴 적 국민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걸어서 40분 이상이 걸리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놀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이면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두 가지의 길이 있었습니다. 보통 길을 따라 마을 소재지를 지나 가는 길, 그리고 학교 옆쪽으로 가 산길을 넘어가는 길이었습니다.

 

산길은 시간을 15분 정도로 단축하여 집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산길을 홀로 넘어간다는 것은 여간 두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저 산길만 넘으면 금방 집에 도달 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매력에 가끔산길을 선택하곤 했습니다. 산으로 접어드는 순간 두려움과 내 자신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좁디 좁은 길.. 좌우에 보이던 무덤들.. 그 무덤들에선 마치 무언가 일어나서 제게 다가올 것 같은 스산함까지 밀려옵니다. 때로는 쭉쭉 뻗어있는 소나무 옆에 무언가가 숨어 있기도 한 거 같았습니다. 멀리 보이는 나무의 형체가 귀신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옆에서 산짐승이라도 갑자가 도망가는 소리라도 나면 제가 소스라치게 놀라 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은 뒤를 뒤돌아 볼 여유도 없습니다. 실제로는 누구도 어떤 산짐승도 나를 헤치지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실과 두려움이 더 발걸음을 더 빠르게 내딛게 합니다. 집이 산밑에 위치 해 있어 저 멀리 서서히 집이 보일 때쯤 이면 안도의 숨이 몰려 옵니다. 다 내려와 다시 뒤돌아 본 산은 언제 나에게 그렇게 두려움을 주었냐는 듯이 푸른빛으로 그대로 서있습니다.

 

지름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선택이란 것을 잘 알면서도 그 어릴 적 저는 왜 그리도 산길을 많이 넘었는지 궁금해 집니다. 오로지 집에 빠르게 도달하고 싶은 욕심 이였을까요?

 

목적이 정확한 길은 마 따드려 지는 장애물도 사실 극복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산속에서 주는 음산한 기운도 산 짐승들의 희귀한 소리 들도 순간적으로 두렵고 무섭지만 결국엔 극복할 수 있는 거였습니다.

 

전 대통령 김대중 씨의 자서전에는 인생에 지름길을 선택해 너무 일찍 성공하려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름길이 사실 현대 문화에서는 편법으로 묘사 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목적이 정확이 있는 지름길이라면 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생각 되어집니다. 저에게 있어서 산길의 지름길은 제 마음과 두려움 에서부터 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도전의 대상이었습니다. 집에 가는 보통 길은 오히려 더 저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많은 요소 들이 있었지요. 불량식품으로 가판대를 차지하던 문방구, 오토바이 센터, 삼삼오오 구슬치기 하던 동네 아이들.. 오히려 집으로 보통 길을 선택했던 날은 가끔 더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름길을 선택함으로써 평탄한 길 보다 더 많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의 장애물은 극복해야 할 우리 몫이지요. 그것에 넘어졌을 때 천천히 평탄한 길을 선택하지 않은 우리 스스로를 원망하겠지만요. 때로는 오히려 너무 쉬운 길 평탄한 길을 선택하려는 우리 삶의 성향에 조금은 긴장감을 주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릴 적 자주 다녔던 산길을 한 번 올라가 보았습니다. 이제는 그 누구도 다니지 않아 울창한 숲으로 우거져 그 길의 흔적 조차 느낄 수 없는 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산이 시골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도움이 예전 같지 않아서가 이유라면 이유 이유 이겠지만, 마음 한편으론 우리 삶에 비추어보면 극복할 수 있는 산길을 아무도 가지 않아서 일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많이 놀던 산이라는 존재는 어린 제게 참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소중한 존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