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차에서 낯선 거리에 내려서
미국에서 지낸 지난 8년의 시간을 되돌아 보았다.
가지런하고 정돈된 삶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더욱더 나 자신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리라 기대했다.
그것만은 사실이다.
큰 꿈을 가지고 온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어찌할 줄 몰랐던 28살의 청춘이 앞가림 정도는
더 잘해보리라 마음먹고 시작한 타국생활이다.
시간이 흐르고 한해 한해 지나면서 삶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지금 아이가 생기고 가정이 생기니 이제는 나의 선택이 나 스스로만 책임지는 것이 아닌
다른 세명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가장이라는 입장에 처해있어서
압박이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느껴진다.
돌아보면 거리의 정돈된 길과 건물들 그리고 차 처럼 내 삶이 잘 정리되고 정돈되지 않았다.
8년이나 지나쳐가는 이 유학생활동안 내 삶은 안타깝지만 더욱더 앞을 알 수 없고 오리무중이다.
겨울까지 이렇게 따뜻하니, 내 마음이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려 아직 움츠러들 때인데 봄 향기가 자꾸나서 들뜨려 한다.
바보같다. 아직 봄은 아닌데, 마음에서는 네 삶의 봄이 온거 아니냐고 속인다.
날씨가 이렇게 따뜻하니 겨울이 아니라 봄인것 처럼 착각할만도 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내 삶도 정돈되고 이렇게 가지런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욱더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일까.
아직은 혼란 스럽고 뒤죽박죽이다.
아직 때가 아닌데 봄을 맞이한 듯한 이 볼티모어는
보기에는 정돈되고 가지런하다.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저 안 사람들 모두
같은 인생을 살고 있으리라 추측해 본다.
우리 모두는 가지런하고 정돈된 삶을 원하지만
사실 뒤죽박죽 얽히고 섥혀 있는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렇게 또 하루는 흘러가고 봄 같은 겨울이라는 시간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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