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생활을 동경하는 .H군. D군에게..
어제 오랜만에 전화해서 참 반가웠네. 자네 말 중 나는 고생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미국 나가서 공부나 해봤으면 좋겠다고 나에게 현재 자네 생활을 넋두리 하면서 말한게 기억나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이나 창 밖 눈 내리는 모습 보며 생각했어. 내가 처해있는 현실, 벌써 4년 차에 접어드는 이 미국 유학길이 정말 자네가 그 토록 원하던 꿈 인가에 대해서 말야..
물론 나도 그런 꿈과 초심을 가지고 왔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 하지만 말야..
좀더 솔직히 자네에게 소위 돌직구로 말하자면 자네가 동경하는 그런 꿈만 같은 미국 유학생활은 존재하지 않아.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처럼 그런건 개나 줘버리라 그래.
4년차에 접어드는 미국 유학은 나에게 있어서 녹록치 않은 하루하루가 전쟁이야. 또한 아이까지 둘이 생겼으니 이미 미국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침표를 찍는 일은 내 손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어. 물론 자네 말 처럼 어디서 무슨 일을 한들 이렇게 힘들지 않을까..또한 경험은 재산이다고 말하지만 글쌔... 그말은 썩 나에게 다가오지는 안네.. 오히려 그곳에서 한국사람에게 딱 맞추어진 문화와 환경 안에서 사역하고 미래를 보며 산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는 지금부터 내가 자네에게 하는 말을 아무리 해도 내가 마냥 부럽기만 하겠지.. 원래 우리는 서로를 비교하며 부러워 하는 존재들이니까..
도전 하고 싶다는 것을 이렇게 현실적인 문제로 자네의 고귀한 기상과 꿈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지만 잘 알아 둬야 할 것들이 있어..
나는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위로를 던지는 김난도 교수도 아니고 절대 이 글로 나의 생활이나 현실을 푸념하기 위해 쓰지 않는 다는 것을 꼭 알아두길 바라네.
먼저 유학이란게 재정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네. 혹시 자네 아버지가 대기업 총수이거나, 부모님이 동네 지주여서 모아놓은 재산이 많아 한 해 최소 약 35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유학비를 서른이 넘었는 데도 꺼리낌 없어 받아 쓸 수 있는 귀한 집 자녀라면 지금 당장 비행기 티켓을 끊으라고.. 하지만 내가 자네를 알고 있듯이, 나의 경우 처럼 미국에 처음 발딛을 때 돈 100만원 들고 꿈과 비전, 그런 이상만을 가지고 현실을 맞딱 뜨리려 한다면 말야… 이야기가 흥미로워져…우선 재정적으로 매달 1000불(120만원)이상 들어가는 아파트 랜트비가 있어야 해. 자네는 가정이 있으니 나의 초장기처럼 홀로 몸을 부빌 상황이 아니니 말야. 머 학교 기숙사에서 살아도 마찬가지고, 나 처럼 가장 싼 곳에서 저정도 최소 들어가는데 위에서 걸을 때 마다 쿵쿵거리고 화장실 응아 하는 소리까지 들리는 환경을 감수해야 해. 그리고 여기는 똥차라도 있어야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1년에 두 번 1600불(200만원)정도의 자동차 보험료를 준비하라고. 왜이렇게 보험료가 비싸냐고? 유학생들에게 그래.. 그것도 대신 사고를 내어서는 안되, 책임보험은 적용되지는 않는 거니깐.. 또한 학교를 석사과정 이상 하려면 말야,,, 가장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우선 한국에서 6개월 안에 토플을 고득점 하라고, 아니면 나처럼 미국에서 언어를 준비하겠다고 맘먹고 오는 것은 아주 어리석고 바보같은 짓이야. 그렇다면 나처럼 언어를 준비 하는데만 2년이 걸리고 결국 언어스쿨을 마치는데 모든 비용을 포함해서 2년동안 6000만원이나 되는 돈을 다 탕진 해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할 거야. 정작 본 게임은 시작도 못하고 말야.. 어짜피 정작 중요한 것은 토플인데..결국은 난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해야 했지.. 하지만 장단점은 있어, 한국에서 토플 점수를 미친 듯이 공부해 점수 따 입학만 되면 시간과 돈은 아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정작 수업시간에 애들과 하는 토의에서는 꿔다 놓은 보리자루 처럼 입을 밀봉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거야. 토플은 그냥 숫자로 계산된 영어점수 일 뿐이야. 그 점수가 자네의 영어실력을 100프로 대변하는 것이 절대 아니거든. 그렇지 않고 나처럼 천천히 2년이란 시간과 돈을 투자 하여 미국이란 나라에 적응하고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말발은 얼마든지 세울 수 있지..화나고 절망적일 때 화한번 신나게 낼 수 있을 정도의 스피킹 실력은 쌓겠지.. 석사 이상이라면 학점은 가장 싼학교가 한 학점당 보통 300불이 들어가 그래서 대충 최소 한 학기당 4000불(500만원)정도 낼 준비를 해야지. 한국과 비슷하다고? 물론 이것은 매우 싼 학교의 경우야. 물론 자네가 이름이나 한번 들어본 학교라면 보통 한 학점당 400-500불 정도 두 배 라고 보면 되. 또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은 장학금 혜택이 좋다고 정평이 나있어, 그래서 장학금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갖고는 하지. 하지만 지금은 아냐. 미국도 무지 어렵거든..지금 국가가 파탄 날 지경에 재정 총 난국이지 그 시대에 내가 와있는 거야 운도 없지..장학제도 그것은 절대적으로 미국인들을 위한 제도야. 국제학생들은 학교를 먹여 살리는 돈줄이니 각종 장학금 혜택이 적용될 리 없어. 아.. 한인 세탁협회나 교회들이 주는 작은 장학금 정도를 발품 팔으면 얻을 수 있겠지..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보통 일주일에 3일씩, 식당 써빙이나, 세탁소에서 흑인들과 싸우며 하루 12시간 일할 튼튼한 정신력과 체력을 준비하도록 해.. 벌써 미국에서 알바 인생도 4년째 구만..그것도 영어를 제대로 못하면 완전 무시 받으면서 먼산 쳐다볼 준비가 되어야 하지.
참.. 자내가 말한 것처럼, 신학을 전공했으니 전도사 사역을 한인교회에서 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것은 자네의 영어실력이 미국아이들하고, 청년들과 불편함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설교도 감흥을 주며 할 수 있을 만큼의 영어실력이 있을 때 이야기야. 더 이상 미국 한인교회는 한국말만 하는 사역자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역시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주일 전날 밤 설교 한편 때문에 밤을 새우기 일수이고 성경공부를 리드 할 때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걸 감수 해야 하지. 아니면 함께하는 아이들의 한국말이 일취월장 하든가..한국에서 우리가 얼마나 영향력있는 사역자 였고 어떤 열매가 있었냐는 것은 그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아. 그냥 영어못하는 사역자일 뿐이지. 그냥 단순한 과거로 전락하는 거야. 아이들에게 언어로 영향력을 끼치기란 어려워 행동으로 무조건 보여줘야 하는 타지에서 온 선교사 정도의 느낌(?) 이 되야 할 거야. 또한 보통 현재 한인교회는 나처럼 유학온 친구들이나 여기서 자란 1.5세 사역자들로 붐벼서, 거의 모든 자리가 꽉 차있어. 또 이미 한어, 영어를 능통하게 하는 사역자를 찾는 미국 한인교회 사이에선 그런 능력이 없는 우리라면 우린 뒤쳐진 사역자 이지.
아..그리고 자네는 아이가 있지.. 나는 어렵게 여기서 낳아 놓은 고귀하신 미국 시민권자 들이라서 6개월마다 갱신하는 영세민 보험을 정부서 보장해주기에 아이들이 병원가는 것에 어려움이 없지만, 이방인인 자네 아이는 만약 감기라도 걸렸다면, 한번 병원 방문에 100불 이상을 낼 준비를 또 해야지. 오밤중에 급히 응급실이라도 갔다가는 어마어마해..그 돈이 아깝다면 500불이상의 매달 보험을 들던지, 아님 아이가 아파도 해열제만 먹이는 무능력한 아비의 마음을 감수해야 할거네.. 또 여기서 보험이 없는 우리 부모들은 정말 아프면 안되… 그게 최선이야. 자네의 와이프는 집에서 아이를 보며 남편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더욱더 친밀해진 부부관계의 친숙함을 맞보게 될거야. 분명 차를 두 대나 뽑을 여력 없을 테니.. 또한 영어가 되는 사람이 모든 행적적인 일들을 다 도맡아서 하다 보면, 미국사회에서 아시아인으로 관공서를 다니는 일이 얼마나 스트레스 인지 알게 될거구.. 자꾸만 모든 업무가 신속하고 정확한 한국 동사무소 시청, 은행을 떠울리게 될거야…. 그곳도 한 업무를 위해 분리되어 있는 여러 군데를 늘 찾아 돌아다니는 미국사회의 여유를 만끽할거야.
뭐 이런 문제들이 너무 현실적인가? 하지만 자네의 믿음대로 이 모든 환경을 뛰어넘는 분은 하나님 이시니 그분이 하시겠다는 성령의 확실한 메시지를 들었다면 바로 티켓을 끊으라고… 그렇지 않고 그냥 막연히 미국생활을 동경하거나 자네의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서 태평양 건너의 어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있다면 그 꿈은 개나 줘버리라고.. 벼랑끝에서 몸을 던지고 하나님이 공중에서 낚아 채시겠지라는 믿음은 얼마나 무책임하고 어리석은일인지 우리가 너무 잘 알지 않나..
하지만 물론 나는 그렇게 4년이란 미국 유학을 버티고 있어..아직 석사를 끝내려면 아직 2년이나 남았지만, 미리 이야기 한데로 이미 나의 손을 벗어난 일이라고..나도 몰라 어떻게 될지..내일일을.. 당장 돌아가게 되더라도 실패한 유학생이라고 놀리지나 말라구..
근데 그거 아나? 우리가 40세 중반이 되어 목회자로 한국교계에 섰을 경우, 유학하여 학위를 받은 목회자가 10명중 7명이 될거란 전망이야. 그렇다면 토종 한국에서 공부한 사역자 들이 더 희소가치가 있겠지. 7명의 평범한 유학파가 될 것인지..아니면 3명안에 들어가는 토종 실력의 국내파가 될 것인지 잘 선택하라구..
내가 너무 미국유학의 현실만을 이야기 한거 같아 미안하네. 미국사회의 우월성과 유익한 점은 차차 다음에 나누도록 하겠네..
내가 무슨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편지 쓰는 김난도 교수가 된 것 같구만..
그래도 자네가 말한 대로 이 경험이 내 평생에 소중한 밑천이 될거란 소중한 믿음으로 하나님의 계획안에 달려가고 있다네..
잘 생각해 보고 처한 현실에서 힘내세.. 그럼..이만 줄이네.
매릴랜드에서 친구가..
추신 :아..일주일 전에 둘째 아들이 생겼어.. 신분은 미국놈이야..이름은 엔드류이지..이 놈들을 미국에서 키워야 하나 나중에 한국으로 데려가야 하나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인생의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성령님의 인도하심 따라 결정해야 겠지?
자네의 아이들이 궁금하고만..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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