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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볼티모어

겨울을 잃고 봄을 얻다

by souljm 2017. 3. 16.





겨울을 잃고 봄을 얻다.

올겨울이 정말 겨울같지 않아서 이리 허무한 겨울은 처음인듯 싶었다. 나무들이 시절파악 못하고 주책스럽게 이르게 꽃을 피워내었는데 어제 눈이 내렸다. 무엇이든지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법은 없다.


지난 며칠동안 감기몸살로 누워서 일을 할수도 없었고 여러작업들을 할 엄두조차 못내었다. 감기몸살로 이렇게 심하게 아픈적 또 처음인데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진건지 이번 플루가 독한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것은 몸이 아프니 마음까지 약해져서 모든 의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누워있는 동안 허무주의같은 이상한 생각들로 마음잡기가 어려웠다.


어느새 이곳에서 맞이하는 9번째 봄이다. 요며칠 누워있으며 지난 8년동안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되새겨 보았다. 사람은 누구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28살 늦은나이에 이곳까지 나오면서 무척이나 욕심도 많았었나보다.


삶은 그야말로 상실과 획득의 연속이라고 제럴드 싯처는 <하나님 앞에서 울다>에서 말했다. 그렇다. 하나를 잃었으면 하나를 얻는게 정상이다. 사실 그러니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지내면서 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무엇을 지키고 얻을 수 있었을까 라고 하는 물음은 부질없다. 막상 가보지 않은 이길을 또 생각하며 푸념했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을 잃고 봄을 얻는다. 또 젊음을 잃으면 성숙함을 얻는다. 독신의 자유를 잃으면 결혼이라는 친밀한 관계를 얻는다. 부모의 보호라는 안정을 잃으면 독립심과 자립심을 얻는다. 나 혼자만 챙겨도 되는 안정과 편안함을 잃으면 어디에도 비교못할 사랑스런 아내와 소중한 자녀들의 환한 미소와 사랑을 얻게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것을 다 잃게된다지만 이렇게 삶을 연명할 수 있으면 그래도 건강할때 미처 깨닫지 못한 여러교훈들을 얻을 수 있다.


상실과 획득의 관계는 하나님이 먼저 우리에게 보여주신 가르침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아들을 잃음으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을 이루시고 얻었다. 삶 자체는 그냥 상실에 적응할때 그만큼 성숙하며 어른이 되는듯 하다.


어제 조국의 대통령이 드디어 탄핵되었다. 정말 지긋지긋하고 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4년의 시간과 꽃다운 아이들을 국민들은 상실했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힘과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한가닥의 꿈도 얻은듯 해서 무척이나 다행이다.


겨울을 잃고 봄을 얻으면.. 이 봄이.. 여기서 맞이하는 이 아홉번째 봄이..내가 무엇을 잘하거나 삶을 잘 살아내서 나에게 거져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상기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도.. 나도.. 이제 진짜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거기에는 다른 무언가가 더 있다. 
당신도 나도 그것을 안다.
거기에는 언제나 또다른 삶이 존재한다."
-아치볼드 맥리시(Archibald Mcleish)